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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탈출은 지능순인가? 시사관련 잡담

0. 좌우파 논쟁은 이미 끝난 이야기

좌우파에 대한 이론적 논쟁은 이미 이백년이 넘어간다. 현실정치에서 실험된지도 백년에 육박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바스티아의 '국가가 박애를 행하는 사회는 합법적 약탈이 난무한다.'는 주장이 나온 시점부터 사회주의에 대한 결론은 완결되었다고 본다. 현실 역사는 단지 이를 증명해왔을 뿐이다.

그렇기에 적어도 좌파의 리더급 정도라면 사회주의에 잠재된 이론적 빵꾸와 현실적 모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사람들 무진장 똑똑한 사람들이다. 애초에 그토록 모자라고 반지성적인 집단에게 권력을 내줄 정도라면 우파의 관점에서는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도태되는게 맞다. 자타가 공인하는 좌빨 입장에서 좌파 탈출은 지능순 운운하는 것은 솔직히 옆에서 보기 민망하다.

다만 분명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도대체 무슨 망조가 들었길래 저 말도 안되는 비합리 집단이 계속 튀어나오고 유지되는 것일까?


1. 좌파의 목표

'평등에 기반한 이상향.'

디테일은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큰 틀에서 공유되는 좌파의 목표다. 도달해야 할 지점이라 생각해도 된다. 수단이 아닌 목표이기에 타협될 수도 없고 변해서도 안되는 절대치이다. 모든 좌파 방법론의 전개방식은 저 목표를 기반으로 한다.

- 경쟁은 나쁘다. 경쟁의 결과는 줄세우기고 이는 평등을 악화시킨다.

- 강자는 알아서 생존 가능하니까 신경 쓸 필요 없다. 반면 약자는 그 자체로서 돌봄을 필요로 한다.

- 약자는 늘 부조받아야 평등에 가까워지니까 언더도그마는 당연하다. 악한 약자는 사회적 불평등의 결과니 받아들여야 한다(ex>페스카마호 사건 변호).

- 큰정부, 큰복지 모두 평등을 추구하기에 옳다.

- 자원 분배를 승자가 독식하거나(순수자본주의) 기여도에 따라 가져가게되면(능력우선주의) 불평등이 심화되므로 필요에 따라 분배되어야 한다.

- 궁극적으로 모두가 밥그릇을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등등등.


2. 우파는 환장한다

엄밀히 말해 저기에 대응되는 우파의 목표같은건 없다. 굳이 추려보자면 '순리를 인정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한다.' 정도가 나오겠지만 이건 방법론이지 도달해야 하는 어떤 지점이 아니다.

늑대에게 잡혀먹히는 토끼는 악하거나 잘못해서 그런 꼴을 당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자연의 순리일 뿐이다. 욕심이라는 인간 본성과 투쟁이라는 세상의 본질을 인정한다. 순리를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발전을 위한 기반으로 삼는다. 합리적이고 직관적이다.

물론 반대급부로 도태되는 개체가 나올 수도 있다. 그래서 머 어쩌라고. 경쟁사회에서 도태는 선도 악도 아닌 그냥 순리일 뿐이다. 그래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굶어죽지는 않게 해 준다. 선악이 아닌 합리적 판단의 일환으로서.

이런 시각으로 보자면 좌파의 방법론은 좋게 말해봐야 사회의 이름으로 벌이는 의적질에 불과하다. 아니 툭 까놓고 말하면 그냥 '네 다음 기생충.'


3. 좌파는 당당하다

좌파의 분노는 여기서 출발한다. 사람은 동물이 아니고 사회는 정글이 아니다. 왜 저항하지 않고 도태를 인정하는가?

자본주의와 제국주의가 시너지를 이룬 역사는 무수한 도태를 낳았다. 아일랜드에서 굶어 죽은 아이는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을까. 약하면 콩고인들처럼 손목발목이 잘려도 되는가. 합리는 몰라도 순리는 인정 못하겠다. 아사하는 사람들을 지켜 볼 바엔 부잣집 창고라도 털겠다. 쿨병 걸린 짐승샛퀴들에게 죽창을!

애초에 인류애라는 도덕성(?)을 바탕으로 출발했기에 좌파는 스스로 도덕적이라는 자부심과 높은 목표 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당당하다.


4. 하지만 다 실패

인간에 대한 박애로서 시작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인간 본성이 최대의 벽이 되리라는 것은 초창기 시절부터 지적 받아왔다. 사회주의 국가가 영속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반드시 두 방면에서 성공을 거두어야 한다.

- 공동체를 위해 자신의 것을 양보할 수 있는 구성원. 이게 없으면 수탈에 따른 반발을 억누르기 위해 자연스럽게 경찰국가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사회 발전을 위해 투자할 자원을 사회 관리에 다 써버리게 된다.

- 자원을 받은 약자가 성장해 사회 주류에 진입. 이게 성공해야 좀 더 평등한 자원 배분의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진다.

국가 주도 경제는 비효율적이라는 문제도 있지만 위 두 조건이 성공하면 큰 이슈는 되지 않는다. 사회 전체의 부는 미흡할지라도 구성원 개개인은 큰 부족함이나 불안함 없이(더해서 질투심도 없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라는 시도는 역시나 대차게 망했다. 인간의 욕심은 한계가 없고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만하면 주저앉는다. 좌파는 이를 교육과 환경, 문화로 해결하려 했다. 진화론 X까 용불용설을 밀었다. 인간은 평등을 원하니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이 확고했다. 물론 일부 혁명화 되지 않는 불온분자들은 모조리 숙청해버린다는 플랜 b도 있었으니 나름 승산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고쳐 쓰는거 아닙니다.' 의 압도적 승리. 일시적이라면 몰라도 세대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5. 실패의 가치

초반 몇 번의 실패라면 모를까 백여년 역사동안 백전백패하는 루틴은 그냥 답이 없는거다. 이쯤 되면 진지하게 좌파의 지능에 대해 의심해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국가 단위라는 스케일을 빼고 보면 의외로 성공한 사회주의 집단은 많다. 행복한 가정이 바로 그것이다. 부모는 자식들 입에 고기 한 점 더 넣어주려하고 자식은 성공해 부모와 형제들에게 힘을 보태려 한다. 사회주의 영속성을 위한 원투펀치가 완벽하다.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하는게 당연하다. 모두가 모두의 버팀목이 된다. 완벽한 사회주의다.

행복한 가정이라는 온실에서 곱게 큰 사람이라면 국가를 거대한 가정으로 만들고 싶다는 목표는 어찌보면 자연스럽다. 요람같은 사회, 자상한 부모같은 국가(어버이즘). 개인주의가 강한 분들 입장에서야 쉣이지만 의존적인 환경을 편안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다. 이들에게 있어 좌파는 사유의 결과가 아니다. 그냥 당연하고 자연스러운거다. 오히려 악착같이 사회를 정글로 퇴보시키려는 일부 꼴통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더 나은 실패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여기에서 출발한다. 가족애 정도의 사기급 버프가 걸려있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는게 사회주의라는걸 좌파 지식인들도 잘 안다. 그래도 서로에게 퍼주다 실패하는 과정이라면 가족들은 더 화목해지고(?) 부의 평등은 조금 더 이루어졌을 것이 분명하다고 믿는다. 영속적인 성공이 어렵다면 실패를 꾸준히 반복하면 된다. 한방에 10을 만드는 것과 1을 열 번 쌓아 올리는건 결과적으로 동일하다. 무엇보다 실패한 사회주의는 성공한 자본주의보다 좀 더 평등한 이상향에 가깝다고 보기에 가치가 있다고(...) 평가한다.


6. 좌파 탈출은 지능순?

개인적으로는 이런 좌파적 사고방식이 바뀌는 계기는 책임이라는 것에 대한 인식 변화가 아닐까 싶다. 세파를 겪다 보면 책임의 무게가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더 나아가 이를 무시했다가는 무슨 혼돈파괴망가가 펼쳐지는지도. 책임이 다르면 무게도 다르고 결과물도 다르다. 더이상 밥그릇을 내밀기 민망하거나 반대로 내가 덜어주기 싫은 때가 올 수 있다.

스스로 밥그릇을 공유하길 거부하면 평등은 깨진다.

물론 좌파를 관두었다고 우파가 된다는 말은 아니다. 평등이 아닌 다른 것에 기반한 이상향도 충분히 존재 할 수 있다. 그래도 평등에 대한 애착이 깨지면 더는 좌파라고 할 수 없다.

뒤집어 말하면 책임과 거리가 먼 집단일수록 좌파에 동조 할 가능성이 높다. 여성과 피고용자라는 집단이 좌파의 본진이라는 점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나이들수록 우파 비율이 높아지는 것도 그래서이다. 지능이라기보다는 경험 순이라고 해야할까. 물론 머리 커지자마자 혹독한 경쟁에 내몰려 강제로 조숙해지는 요즘 20대 남성들은 예외.

그러니까 이런 지식과 경험을 다 가지고도 여전히 좌파인 사람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진짜 호인이거나 악당이거나. 물론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철안드는 사람도 있긴 있더라. (엣헴)


7. 결론

이론상 답이 없는게 좌파다보니 나름 정권을 잡은 머리들은 그래도 현실과 타협해 어느 정도는 방향 조절을 한다. 좌깜빡이 키고 우회전한 노운지도 무능한게 문제지 나름 생각없이 밟지는 않았다.

현 정권이 야당보다 사악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순수한 부패여부를 놓고 보면 조국 찜쪄먹는 엘리트들이 널린게 자한당이니까. 그런데 위험하기로는 비교가 안된다. 이쉣키들은 가볍게 선을 넘는다.

개인적으로 그래도 인고의 9년 세월이 있었으니 좌파의 태생적 빈틈을 어느 정도는 채워올 줄 알았다. 처절하게 실패해 본 당사자들이니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이념 과잉이라 실패해도 이득이라는 생각인지 빠꾸없이 들이받는다. 노운지로부터 교훈을 얻긴 얻었는데... 이도저도 아닐바엔 몰빵하자라는 결론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좌파에게 권력을 주면 안된다. 적어도 이론적인 빵꾸를 메우고 현실에서 참 잘했어요 증명서 받아오기 전 까지는 권력 근처에도 접근시키면 안된다. 그것이 내 결론이다.

...근데 반대쪽이 더 등신이잖아? 안될거야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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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는가? 시사관련 잡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는가


일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보면 트랙백 본문의 기조는 변함 없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강남 집값이 오르는 것' == '부동산 투기 성행'으로 생각해서 강남 집값만 보고 분개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투기만 막겠다는 입장에서 보면 강남 집값은 오를 수록 좋습니다. 맛있는건 너무 비싸고, 싼건 너무 맛이 없게 만들어야 하거든요. 결과적으로 지금까지는 그렇게 진행되어 왔습니다.

트랙백 본문에 나온 예시의 강남 아파트가 8.2대책 발표 시점인 이 년 전에 13~4억 했는데 반년 뒤 17~8억이 되고 지금 21~2억 합니다. 여기에 잠가라 재건축에 이어 불쏘시개 또 투하되네요.


지금 매물 싹 걸어잠기는 중입니다. 타이밍 좋게 들어가신 분들은 세상살기 갑갑할 때마다 부동산에 전화 한 통 걸면 힐링 제대로 될듯요.


지방과 서울은 확실히 다른 나라가 되었고, 강남과 비강남은 또 다른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제 중산층이 영혼까지 끌어모아 봐야 당당한 강남 입성은 불가능합니다. 어림 반푼의 반푼어치도 없어요. 눈 낮추고 교통 불편함 감수하면 그래도 조금은 길이 있습니다만 이 정도 노릴바엔 존버하는 분들이 많겠죠. 말 그대로 계급 상승을 위한 '영혼의 한 타'이니까요.


걱정이라면 지방이 오르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처박혔다는... 건데, 개인적으로도 물린게 좀 있어 가슴이 아픕니다 ㅠㅠ. 농담이 아닌게 불과 2년만의 변화치고는 폭이 너무 커요. 지방 일자리가 증가한 것도 아니고, 철도같은 교통이 확 늘어서 생활권이 넓어진 것도 아닌데 지방에 물 신나게 뿌린다고 사람들이 빠져나갈까요. 오히려 비싸진 주거비용에 괴로워하는 사람만 늘어나는 셈이죠.

뭘 해도 걱정인게 부동산이긴 합니다만... 성공해야 할건 다 실패하고, 적당히 실패해도 되는건 크리티컬 히트를 후벼대는 정부의 모습을 보니 참 거시기 합니다.

좀 안스럽기도 해요. 이런다고 사람들이 부동산 투기는 잘 막은 정부라고 할리가 없거든요. 그냥 강남 불질러놓고 지방은 망하게 만든 무능 정부라고 기억하겠죠. 뭐 맞는 말이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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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서 제일 궁금한 것은 시사관련 잡담

지금까지 이 악물고 끌고 왔던 '조국아니면 사법개혁 안됨'이라는 신성불가침의 정언을 뭘로 커버 칠 것인지가 궁금하네요.

커버가 안된다면 대깨문 입장에서 조국은 대의를 위해 그렇게 밀어줬는데도 개인의 평안을 위해 빤스런한 대역죄인이 되는거죠. 반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최고존엄의 교시조차 지지율 딸리면 스스로 엎어버리게 된다는 꼴사나움이 남겠네요.

머 어느 쪽이든 조국 사태 자체가 남은 몇 년간 두고두고 까이는 흑역사가 됨은 확정입니다.

굳이 정신승리할 방안을 찾자면 '니들때문에 사법개혁이 망가졌어 이 역사의 죄인들아아아!!!' 빼액대는게 있겠지만 이건 콘트리트 빼고는 등신이 머래(...) 정도의 반응밖에 안나오는지라... 너무 꼴사납네요 이거.

버티면서 가족 관련 줄줄이 무죄나 무혐의 받고 그럴듯한 개혁안 나오는 반전카드를 노릴 줄 알았는데... 그 난리를 친 것 치고는 허무하게 안좋은 시점과 형태로 서렌을 치니까 오히려 당황스럽네요.

머 자한당 입장에선 꽃놀이패가 날아가버려서 아쉬울 듯요.

일본식 갑질의 추억

시간은 정말 약이 맞다. 이제는 이딴걸 추억이라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일본 회사와 얽힌 프로젝트를 여럿 진행하면서 느낀건데 갑질(?)에 대한 인식이 다른 것 같다. 한국의 경우 갑질은 할 수도 있지만 알려지면 욕먹는 본질적으로 천박한 것으로 보는 인식이 있다. 반면 일본은 할 수 있으면 하고 그게 나쁜것도 아니다라는 인상을 준다. 물론 한국 업체들도 갑질을 종종 하지만 어디까지나 뒷공작 수준이지 공식적으로는 일단 기본 틀은 갖추려 노력한다. 반면 일본은 그냥 대놓고 해버린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하여간 직접 겪은 적도 여럿 있었고 목격한 것은 더 많았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썰 하나를 풀고자 한다.

대충 십오년전 사회 초년생으로 첫 일본쪽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때였다. 도코모쪽에 납품될 모바일 앱을 개발하는 일이었다. 에뮬레이터와 현지 폰들에 USB 꽂아서 테스트는 완료된 상태였다. 문제는 납품을 위해서는 일본의 통신망을 통해 정상적으로 설치가 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당시 일본은 망개방이라 통신사를 거칠 필요 없이 서버만 확보되면 바로 아이모드 서비스가 가능하기에 현지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관련 환경과 기술 이전 등을 도움 받을 예정이었다.

7일 일정으로 신주꾸에 있는 아X로X아란 회사를 방문했다. 오후 6시 살짝 넘은 시간으로 현지 직원들은 대부분 퇴근하고 우리를 상대 할 사람들만 남아 회의실에서 첫 미팅을 가졌다. 당시 내 일본어는 가벼운 생활 언어만 가능했기에 통역은 일본에서 오래 거주한 대표가 해 주었다. 관례적인 인사와 명함교환을 하고 '폰에다 어케 올리나요?'을 대표가 질문하였다. 벙쪘던건 그 다음 벌어진 일이었다.

답변이라는게 기술팀장이라는 사람이 화이트보드에 '잘하면 됩니다' 한 줄 써놓고 고개 으쓱한게 전부였다. 당연히 우리측은 다들 당황했고 대표 인상은 구겨졌다. 예의를 갖춘 몇 차례의 질문에도 답변은 변하지 않았다. 여기까지가 입장하고 10분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뒷일은 더 골때렸다. 대표가 내 어깨에 팔을 걸치고는 조용히 귓속말로 이야기 한 것이었다.

"나 저 사람들이랑 나갔다가 삼십분쯤 뒤에 올테니까 무슨 수를 써서든 끝내놔."

...!!!

같이 왔던 기술이사와 나는 텅 빈 회의실에서 노트북 꺼내놓고 일단 대책을 논의했다. 물론 그런게 있을리가 만무했지만. 되돌아보면 당시 나도 반쯤은 정신이 나갔던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런 짓을 저질렀을리가 없기 때문이다. 고민 속에 내가 내렸던 결정은 다음과 같았다.

"사기를 칩시다. 나중에 메꾸고요."

반대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당시 기술이사도 상태가 만만치 않았던거 같다. 적당히 이미지를 만들고 가져간 폰에 USB를 꽂아 마치 정상적으로 다운받고 실행되는 것 처럼 '보여지는' 앱을 만들었다. 폰에 올리자마자 아슬아슬하게 나갔던 사람들이 들어왔고 약간 오버섞인 시연이 진행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일단 사기의 첫 단계는 들키지 않고 완료되었던 것으로 보였다. 물론 당시 나는 극도의 긴장 상태라 상대 업체 사람들 표정 감상 할 정도의 여유는 없었다. 그래도 일단 대표 얼굴이 활짝 폈고 이후 현지 업체가 대접해준 한국식 소모듬 구이는 정말 훌륭했기에 간신히 긴장의 끈을 풀 수가 있었다. 우리 테이블은 술도 안시켰는데 일인분에 46만원 나온걸 보고 기겁하긴 했지만.

나중 호텔로 와서 솔직하게 보고했다. 의외로 대표는 껄껄 웃었다. 나는 뒷일 메꾸기 위해 남은 일정동안 하루 두시간도 못자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사기친게 들킬가봐 그쪽 업체에서 제공해준다는 사무실도 못쓰는 상황이라 노트북에 무선 모뎀을 꽂고 호텔방에서 통조림 당한지 7일째, 간신히 원했던 일을 마칠 수 있었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완전 기절해버린건 당연한 결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멘탈이 회복된 이후 대표에게 물어보았다. 도대체 그게 어떤 상황이었냐고. 그리고 왜 그런 무리한 요구를 했었냐고.

대표 말은 이랬다. 그쪽 업체가 우리 쪽에 '너희는 우리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니 알아서 기어라' 라는 엄포를 준 것이라고. 일본에서 사업하다보면 종종 있는 일이라고도(...) 했다.

무리한 요구의 의미도 다음과 같았다. 일종의 기싸움이기 때문에 그쪽도 지나치게 상황이 악화되는건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대표가 직접 굽히게 만들면 쓸데없이 적만 만드는 셈이기 때문에 적당히 아랫선-그러니까 나-에서 굽히고 위에서는 암묵적인 서열을 확인하며 하하호호하는게 가장 모범적인 결말이라고 했다.

문제는 사회초년생 꼬꼬마 병아리인 내가 알아서 눈치채고 숙일리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실패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무리한 요구의 의미는 그런 것이었다. 이후 대표가 혼내면서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는 시나리오였는데... 어디서 골때리는 놈이 예상 외 상황을 만들어서 제법 즐거웠다고 했다.

...물론 나는 기분 정말 더러웠다. 그래서 얼마 뒤 기회가 생기자 마자 바로 이직해버리는데 이 날의 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ㅡ_ㅡㅋ

이후 일본 쪽 프로젝트에서 멀어지게 될 때까지 엿같은 일이 대표 말처럼 종종(...) 벌어졌다. 실제로 억울하게 몰려 비유가 아닌 진짜로 도게자하는 사람을 눈 앞에서 보면 진짜 기분 미칠 것 같다. 그게 우리 측 사람이면 더더욱.

확실히 느낀 점은 한국과 일본은 업체간 관계는 물론 직장 내 문화도 제법 다르다는 것이다. 문화충격 에피소드도 참 많지만... 결과적으로 난 일본에서 일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걸 버텨내는 일본 직장인들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있어야 하는데 없는거 시사관련 잡담


0.

현 시점에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찬반논쟁을 보면 의미있는 패턴을 발견 할 수 있다.

반대하는 측에서는 '왜 잘못되었는지'를 주로 사용한다. 반면 실드치는 쪽에서는 언론의 침소봉대, 아직 결론을 내리기엔 짧은 기간, 적폐들의 저항, 뜬금없는 낙수효과에 대한 비판(...) 등을 주로 꺼내든다. '그럼 인버스 펀드 사셨겟죠?'는 덤.

'왜 잘못되었는지'에 대한 반론은 '왜 옳은지'인데도 불구하고 막상 이를 논하는 사람은 없다. 당연히 있어야 하는데 없다.



1.

세상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 경제정책도 이론을 바탕으로 실행하여 결과를 내는 식이다.

일단 이론이 옳으면 설득이 가능하다. 물론 그게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실패 할 경우 환경이나 불운 핑계를 댈 수는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무능하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소득주도 성장은 시작부터 불안했다. 이론이 맞아도 현실의 성공을 담보 할 수 없는 판에 애초부터 설득력이 없는 이론을 바탕으로 한 정책이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머 결국 밀어붙혔고 결과가 나왔다. 만으로 이 년이 다 되가는 시점이고 특별한 외부요인도 없는 상황이니만큼 이제는 냉정한 평가가 가능하다고 본다.



2.

일단 언론 제목 하나는 참 자극적으로 뽑아낸다는 대깨문의 주장에는 동의한다. 지표들도 쪼오금 내려갔을 뿐이지 무슨 나라망한 것처럼 호들갑 떨 수준은 아니라는 주장에도 동의한다.

사대강 두 번 할 돈을 퍼부은 보람이 어디로 갔는지에 대해서는 일단 잊자. 개인적으로 푼 금액 자체는 오히려 소박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초이노믹스도 경기활성화를 위해 뿌린 돈이 만만치 않았는데 그것조차 아베노믹스에 비해 장난치냐고 욕 먹었던거 떠올려본다면 더욱 그러하다. 오히려 문제는 다른 쪽에 있다.

아무리 등신같은 이론이라도 이 년을 이 악물고 돌렸으면 나름 겉모양이라도 그럴듯하게 정리되는 법이다. 그런데 소득주도 성장은 아직까지도 이게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나온 결과는 비판자 포지션인 주류 경제학자들이 예측한 내용 거의 그대로 나왔다. 이에 대해 정부에서는 제대로 된 항변은 커녕 '기다려 달라'라는 통보만 내내 해오고 있다. 이쯤 되면 누가 후달리는지는 명백하다.

현재 맞이하고 있는 최대의 문제가 바로 이것이라 본다. 이 년은 실험을 위해 버렸다 쳐도 이제는 제대로 된 이론이 나와야 되는데 아직까지도 보이질 않는다는건 단 하나의 결론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구라다.]

그리고 이를 인정하지 못 할 경우 남은 삼 년도 버려야 된다는 우울한 예측도 포함된다.



3.

녹색성장, 초이노믹스도 싸다구 겁나게 맞았던거 생각하면 소득주도 성장이 흙발에 밟힌다고 딱히 특이한 일은 아니다. 다만 이게 단순한 방법론을 넘어 신념이고 이상이 되버리면 곤란하다. 하물며 실행권에 대한 견제장치도 없으면 불안을 넘어 위기감까지 드는게 자연스런 현상이다.

공적 자원을 사용하려면 당연히 짊어져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 최소한의 조건이 이론적 근거 확보라면 너무 소박한 요구사항이 아닐까. 대깨문들도 이를 모르는게 아니다. 오히려 더 잘 알고 있기에 언론이니 기간이니 적폐니 딴소리만 하며 논점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국개론 백날 외쳐봐야 이는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할 것이다. 지지율과 함께 온라인 여론은 이미 반전해버렸다. 최소한 가운데 토막은 그러하다. 이는 대깨문들의 눈물어린 쉴드질과 함께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머 총선대선 다 버리고 싶다는데 딱히 막고 싶지는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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